미국의 알렉산더 홀이 9일 2022 베이징 올림픽 남자 프리스타일 스키 빅 에어 파이널에서 연기하고 있다. 파란색 염료로 그은 선은 선수들의 감각 유지에 큰 도움을 준다. 베이징ㅣEPA 연합뉴스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스키 경기를 관전하다보면 스키장 곳곳에 그어진 파란색 선이 눈에 띈다. 알파인 종목이나, 프리스타일, 스노보드 등 웬만한 설상 코스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파란색 선은 도대체 무엇에 쓰이는 것일까.
누구나 한 번 쯤 품어볼만한 이 궁금증에 미국 ‘뉴욕타임스’가 대답을 내놓았다. 파란색 선은 코스 이탈을 막는 유도선이자, 경기에 필요한 전략을 짜는 기준점이 되기도 한다. 또한 선수들의 안전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대한스키협회 류제훈 국장은 “스키장의 파란색 선은 염료(dye)로 그은 선으로 현장에서는 ‘다잉(dyeing)’ 이라고 한다”며 “코스를 따라 세로로, 또한 슬로프 곳곳을 가르는 지점에 가로로 그어진다”고 밝혔다.
스키 코스에 반드시 필요한 선이지만 다른 종목에서처럼 인·아웃을 가르는 기준이 되거나, 출발선 등의 기능을 하진 않는다. 다잉은 우선 선수들이 코스를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유도선이 된다. 경기에 열중하다보면 가끔씩 코스를 이탈해 엉뚱한 곳으로 거침없이 직진하는 선수들도 있어 예상치 못한 사고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선수와 코치가 전략을 수립할 때도 기준점이 된다,
미국 맥 포핸드가 9일 2022 베이징 올림픽 남자 프리스타일 스키 빅에어에서 공중연기후 착지하며 균형을 찾고 있다. 이럴 때 파란색의 다잉은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베이징ㅣAP연합뉴스
다잉은 또한 대형사고를 막는데 큰 도움을 준다. 하얀 눈과 대조적으로 잘 띄는 파란 색깔의 염료를 사용해 선수들이 공중에서 일시적으로 방향감각이나 균형을 잃었을 경우 안전하게 착지하도록 시각적인 도움을 준다.
요즘처럼 고품질 염료가 없던 1980년대에는 소나무 가지를 꺾어 곳곳에 푸른색으로 표시함으로써 선수들의 안전을 지켰다. 다잉을 설치하고 관리하는 인력을 ‘다잉 크루’라고 한다.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한 미국 활강 선수 브리지 존슨은 “염료가 없던 그 시절 소나무 가지를 일일이 코스에 설치하던 분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개인 SNS에 올렸다.
눈에 잘 띄게 하기 위해서라면 파랑색 보다 빨강색이 더 효과적일 수 있는데 왜 사용하지 않는걸까. 빨강색은 마치 피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부상 위험이 상존하는 스키 경기장에서 불길한 이미지의 색깔을 피하고자 하는 심리가 선택의 기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