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보기김자호 회장은 경기중고교 시절부터 아이스하키 선수를 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경기도 동문들과 함께 방판을 누볐다. 김자호 회장 제공.사실 김 회장은 경기중·고교 시절 아이스하키 선수였다. 그 땐 엘리트선수라기 보다는 순수하게 아이스하키를 즐겼다.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는 진정한 생활체육이었다.
“처음엔 아이스하키가 순수 아마추어였죠. 그런데 서울 동대문에 스케이트링크가 생긴 뒤 달라졌죠. 우린 공부하면서 운동했는데 일부 다른 학교는 운동만 시킨 거예요. 그러면서 우리가 밀리게 됐죠. 뭐 그래도 우린 공부하면서 즐겁게 했어요.”
김 회장은 건축설계를 공부하러 일본에 갔을 때 스키를 배웠다. 군을 제대하고 1972년 일본 건축설계회사에서 일하며 공부하던 때였다. 그는 “겨울 어느 날 기숙사에서 밥을 안 준다고 했다. 고민을 하고 있는데 일본 지인이 스키장에 가면 스키도 타고 밥도 공짜로 먹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스키장에 갔다. 일본 야마카타현 자오스키장이었다”고 회상했다.
그 때부터 1979년 한국으로 돌아올 때까지 겨울엔 스키를 즐겼다. 제대로 배우진 못했지만 아이스하키를 탔기 때문에 슬로프를 내려오는 데는 큰 문제없었다. 한국에선 용평스키장이 막 문을 열어 스키붐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을 때였다. 김 회장은 1983년 간삼건축을 창립해 키우느라 한동안 아이스하키와 스키를 즐기지 못했다. 40세 중반이던 1989년 경기고 아이스하키 동문들이 주축이 돼 만든 ‘폴라베어스(북극곰)’에서 활동하면서 본격적으로 스포츠를 다시 즐기기 시작했다.
크게보기김자호 회장 제공.“젊었을 땐 사업 기반을 잡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시간이 없었죠. 40세를 넘기니 여유가 생겨 과거 함께 운동했던 사람들끼리 모여서 다시 운동하게 되더군요. 함께 운동하고 술 한 잔하며 과거 및 현재 살아가는 얘기하고… 이런 게 인생이더라고요. 고등학교 때 전국체전과 종별선수권 등에서 전승한 기억을 떠올리며 빙판을 누볐죠. 일본과 러시아, 중국, 뉴질랜드, 대만, 홍콩 등 동호인들과 교류전도 했죠. 2015년 쯤 아이스하키는 그만두고 이젠 스키를 즐기고 있어요. 아이스하키를 즐기기엔 너무 나이가 들었어요.”
아이스하키를 좋아하다보니 한국중고등부아이스하키연맹 회장도 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에 조언도 많이 해줬다. 아이스하키를 그만 둔 이유엔 부상 위험도 있었다. 스키는 하체가 튼튼하고 평형감각만 있으면 언제든 즐길 수 있었다. 김 회장은 “8090들도 스키를 탄다. 슬로프 내려갈 때 속도 제어만 잘 해주면 다치지 않고 평생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고 말했다.
크게보기김자호 회장은 겨울이면 오스트리아, 일본 등에서 60일 이상 스키를 즐긴다. 김자호 회장 제공.“스키는 올라가는 운동이 아니고 내려가는 운동입니다. 속도 제어를 잘하면, 그러니까 스키가 다른 운동하고 제일 다른 점은 빨리 가는 걸 늦게 가게 하는 거예요. 다른 운동은 100m 200m 빨리 가는 운동인데 스키는 사실상 늦게 가게 하는 운동이거든요. 선수들은 제어를 잘 해서 빨리 가려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 나이 때는 제어 잘해서 천천히 내려가면 됩니다. 요즘은 보조기구도 많아서 나이 들어서도 충분히 스키를 즐길 수 있습니다.”
김 회장은 “인생도 그렇고 사업도 그렇고 모든 것을 자기가 제어하면서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제가 이렇게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이유가 전 이제 회장이 아니라 대표 사원입니다. 전문 경영인에게 모든 것을 넘기고 조언을 해주고 있죠. 뭐 일본 홋카이도에 가서도 스마트폰으로 일할 수도 있습니다. 참 좋은 세상입니다.”
크게보기김자호 회장은 “스키는 자연 속에서 좋은 경관 구경하고 좋은 공기 마시며 즐기는 스포츠라 더 건강에 좋다”고 했다. 김자호 회장 제공.스키는 자연 속에서 하는 스포츠라 더 좋다.
“좋은 산 구경하면서 좋은 공기 마시면 병도 안 생겨요. 전 스키를 타면 한 번에 일주일, 길게는 한 달씩 타거든요. 친구나 가족들과 이산에서 타다, 저산으로 옮겨 타고, 힘들면 쉬면서 맥주 한잔 하고. 그렇게 즐기다보니 몸도 튼튼해졌어요.”
물론 평소 체력 관리는 꾸준히 하고 있다. 김 회장은 매일 아침 기상하자마자 음악을 들으면서 30분 스트레칭 체조를 한다. 근육을 잘 풀어줘야 근육이 탄력을 잃지 않는다. 고정식 자전거를 타며 하체 근육도 키운다. 김 회장은 겨울이 아닐 땐 2~3일에 한번씩 지인들과 골프를 친다. 걷기 위해서다. 한 때 싱글 골퍼였지만 요즘은 80대 초반 치면 즐겁고, 80대 중반 치면 좀 기분이 나쁘다고.
골프 보다는 스키를 더 좋아한다.
“솔직히 골프는 남이 잘 안 되기를 바라는 스포츠잖아요.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고.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친구들이 치자고 하니 함께 골프를 즐기긴 하지만 겨울에 스키 타는 걸 늘 기다립니다.”
“오스트리아 솔덴에서 스키 타봤어요? 한국 스키 국가대표 선수들도 가서 훈련하는 명소죠. 환상적입니다. 전 천천히 즐기면서 타기 때문에 전혀 문제없습니다.”
김 회장은 매년 겨울 60일 이상 스키를 탄다. 그는 “100세까지 슬로프 위를 질주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크게보기김자호 회장이 서울 중구 신당동 간삼건축 사무실에서 경기고 아이스하키 선수 때 모습 사진을 보여주며 엄지척을 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